IPO(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는 호텔롯데가 면세사업자 선정에서 서울 잠실 월드타워점을 내주면서 2조원 이상의 기업가치 감소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호텔과 롯데월드의 부진, 차입금의 급격한 증가 등이 겹치며 기업가치가 10조원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코스피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이달 안에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기업가치는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후 산정할 예정이다. 현재 KDB대우증권을 비롯한 주관사들은 기업가치 파악을 위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이번 면세사업자 결과 호텔롯데의 매출이 1조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 매출이 4820억원인 월드타워점의 영업이 중단되고 소공동 본점에서 5분 거리인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3만 3400㎡ 규모의 면세점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는 매출당 EBITDA(상각전영업이익) 비중이 10%로 매출 1조원이 줄어들면 1000억원의 EBITDA 손실이 발생한다. 줄어드는 1000억원은 기업가치로 환산(호텔신라 EV/EBITDA 22배 적용)하면 2조2000억원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올해 호텔롯데의 실적이 지난해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올 3분기까지 호텔롯데의 영업이익은 238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같은 기간보다 318억원이 적다. 면세사업부의 이익은 529억원이 늘었으나 호텔사업부와 월드사업부(롯데월드)가 부진했다.
올 3분기까지 누적 EBITDA를 연간 환산한 금액은 4810억원로 지난해보다 614억원이 적다. 부진한 실적과 향후 감소할 면세사업부의 이익을 감안한 호텔롯데의 영업가치는 8조4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기준 영업가치(12조원)보다 3조6000억원이 줄어든다.
불어난 순차입금도 기업가치 산정에 부담이다. 지난해 말 1조8533억원 수준이었던 순차입금은 올 3분기 말 기준 3조8227억원으로 2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롯데렌탈과 뉴욕팰리스호텔 인수 등으로 차입금이 크게 늘었다.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 하향을 고려할 정도다. 늘어난 순차입금 만큼 기업가치는 줄어든다.
영업가치 8조4000억원에 보유주식과 투자부동산 등의 비영업가치 4조8000억원을 더한 값은 13조2000억원으로 여기에 순차입금을 제외하면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는 9조4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구주 대비 15%가량 신주를 발행하면 총 예상 시가총액은 10조8000억원이 된다. 당초 예상한 15~20조원보다 크게 감소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