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뱅크 작년 영업익 6200억 사상최대
현대重 "1분기 흑자전환 가능성" 자신감
상장땐 2조 조달가능 모기업 자금 `숨통`
모기업 현대중공업 실적 부진으로 계속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오일뱅크가 매각 대신 기업공개(IPO)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현대오일뱅크가 상장하면 시가총액이 6조~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돼 현재 상장절차를 밟고 있는 호텔롯데 등에 이어 올해 또 다른 IPO 시장 대어로 떠오를 전망이다.
11일 현대중공업그룹 고위 관계자는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현대오일뱅크 매각설은 근거가 없으며 시장 여건이 우호적으로 조성되면 국내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자구책 일환으로 시장에서 현대오일뱅크 매각설이 꾸준히 나돌고 있는 가운데 그룹 최고위급 인사가 매각 대신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 방침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현대중공업그룹 핵심 계열사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91.13%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손실 1조5401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손실을 기록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재무구조 악화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따라 '알짜'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 매각을 통해 이러한 위기를 타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진 상태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냈지만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는 1분기부터 소폭이나마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 매각 대신 차선책으로 상장을 확정하면 이르면 연내에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기 때문에 조기 상장하는 게 높은 몸값을 받는 데 유리하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매출 13조96억원, 영업이익 629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2262억원 대비 178%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 정유업계는 국제 유가 급락이라는 악재에 고전해왔지만 유가 급락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증가, 이에 따른 정제 마진 급증이라는 호재를 발판 삼아 빼어난 실적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