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상장한 15곳 중 11곳이 공모가 밑돌아…20여곳 IPO 남아 `투자유의`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기업들이 연말에 몰리면서 공모주 투자자들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유가증권과 코스닥에 입성한 새내기주 대다수가 공모가에 미치지 못하는 주가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20여 개 기업이 추가로 공모주 청약에 나설 예정이어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신규 상장한 기업(스팩 제외) 15곳 중 11곳 시초가가 상장 첫날 공모가를 밑돌았다. 특히 디스플레이용 장비 제조업체 리드와 항공부품업체 하이즈항공 시초가는 공모가에 비해 무려 10%나 하락했다. 그중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과 화장품용기 제조업체 연우를 제외한 13곳 주가는 여전히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 사상 최대 공모로 관심을 끈 더블유게임즈와 715대1에 이르는 기관 경쟁률을 보인 엠지메드 시초가는 공모가를 웃돌았지만 이내 주가가 하락하며 고전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증시 환경이 나빠지면서 점차 심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연간 목표치를 맞추기 위한 거래소의 밀어내기식 상장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 2012년 28개에 불과한 신규 상장 건수는 지난해 73곳까지 급증했으며 올해에는 110여 곳에 이를 전망이다.
그 과정에서 증권사들 간 공모가 높이기 경쟁도 투자자 손실을 유발하고 있다. 공모가 산정 시에는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업가치/세금·이자지금전이익(EV/EBITDA) 등을 업종이나 기업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한다. 하지만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얼마든지 유리하게 산정할 수 있다. 일례로 지난달 25일 상장한 하이즈항공에 대해 KB투자증권은 설비 투자가 많다는 이유로 EV/EBITDA를 기준 삼아 공모가를 산정했다. 반면 1년 전 동일 업종인 아스트를 상장할 때는 PER를 이용했다.
그 결과 매출액이 두 배가량 차이 나는 데도 하이즈항공 시가총액은 아스트보다 많은 4000억~4500억원으로 정해졌다.
심지어 기관투자가들도 인기 종목 위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고 있다. 바이오·제약 등 종목은 경쟁이 치열해 앞다퉈 높은 공모가를 쓰는 반면 제조업 등 비인기 종목은 철저히 외면받는다.
지난달에만 태진인터내셔날, 차이나크리스탈신소재홀딩스, KIS정보통신, 팬젠 등이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특히 지난달 30일 큐리언트와 삼양옵틱스도 공모 청약에 앞서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투자자 참여가 저조하자 상장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게다가 힘겹게 물량을 받아도 많은 기관투자가들이 안정적인 차익 실현을 위해 상장 첫날 대거 매도하고 있다고 관계자는 전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연내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면서 공모주 시장에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모든 피해는 개인투자자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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